한여름 같은..

A-SPICE 컨설팅 또는 강의 중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 하나가 있다.

       "A-SPICE CL 2 또는 CL 3 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더 빨리는 못하나요?"
       "쉽게 할 수는 없나요?"
         (CL : Capability level, 역량 등급)



쉽게 하기, 빠르게 하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집에 손님을 초대했다집들이였다.
나는 손님을 맞기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고 엄마나 요리 잘하는 친구에게 SOS를 쳐서 메뉴를 정하고 같이 미리 해본다.
2.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고, 새로운 음식이지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1번 정도 미리 만들어본다.
3.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고, 가만 보니 아는 것도 좀 있고 견적이 나와서 쉭~ 한다.
4. 손님들 취향을 잘 알고 있고, 내가 잘하는 이 요리를 하면 좋겠다! 장을 봐두고 쉭~ 한다.
5. 아무래도 난 시간도 없고 기술도 없고, 그런데 돈은 있으니 괜찮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6. 굉장히 가깝고 편안한 친구니까 라면 파티!라고 이름을 바꾸고 가볍게 먹고 좋은 술이나 준비하자.
7. 하, 아무래도 안되겠다 적당히 핑계 대고 다음으로 미루자.
8. 또는?


집들이든 집으로 친구를 초대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대안을 놓고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1~6번의 방법이면 일단 집들이는 할 수 있다. 기본적인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각 방법은 그냥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조건들은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SPICE 심사를 받기 위한 준비 관점에서 한번 생각을 해보자면.. 

1.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고 엄마나 요리 잘하는 친구에게 SOS를 쳐서 메뉴를 정하고 같이 미리 해본다.
'엄마' 또는 '요리 잘하는 친구'는 A-SPICE에 대한 사내 경험자 또는 외부의 컨설턴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며 같이 적극적으로 준비를 하거나 
또는 같이 하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소극적으로 요리 배우기에 참여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다 여의치 않은 경우 집들이 날에도 같이 와서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 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고, 새로운 음식이지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1번 정도 미리 만들어본다.
일단 A-SPICE 심사를 준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해보자! 하고 부딪혀보는 상황일 것이다.
담당을 한 사람은 이리저리 적절한 레시피 찾아보고, 요리를 시도해보다가 
어느 순간 보니 집들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결국 엄마나 친구를 찾거나,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


3.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보고, 가만 보니 아는 것도 좀 있고 견적이 나와서 쉭~ 한다.
집들이를 해봤던 사람들 또는 인터넷에서 본 집들이 경험담들을 보니 내가 좀 해본 것도 있고 가닥이 나온다 싶다.

즉, A-SPICE를 받아본 팀이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져와 쓸 것도 있고, 대략 윤곽이 보인다.
또는 A-SPICE를 따랐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에 대해서는 좀 해본 경험이 있어서 지금 상황을 보니 대충 윤곽이 보인다.
윤곽, 전략이 보이니 일단 내부적으로 수행해보자.


4. 손님들 취향을 잘 알고 있고, 내가 잘하는 이 요리를 하면 좋겠다! 장을 봐두고 쉭~ 한다.
친한 친구여서 좋아하는 음식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그에 걸맞은 잘 하는 요리도 있다!

즉, 그동안 고객이랑 관계도 좋았고 이들이 그동안 이야기 한 맥락 상에서 A-SPICE 요건들을 보니 대충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해볼 수 있으니, 감을 믿고 한번 해보자. 하는 상황일 것이다.


5. 아무래도 난 시간도 없고 기술도 없고, 그런데 돈은 있으니 괜찮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집들이하자!라고 초대는 했는데, 일도 바쁘고 뭐를 할지 찾아보기도 귀찮고...
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는 아니까 괜찮은 음식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이야기를 나누자!

즉 A-SPICE 하겠다!라고는 했는데, 지금 상황 자체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A-SPICE를 알고 있는 다른 경력 직원을 채용하거나, 대신 수행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고용해서 
프로젝트 개발과는 별도로 A-SPICE 준비를 시킨다. 하는 상황일 것이다.


6. 굉장히 가깝고 편안한 친구니까 라면 파티!라고 이름을 바꾸고 가볍게 먹고 좋은 술이나 준비하자.
집들이하자!라고 초대는 했는데, 일도 바쁘고 집안도 엉망이고 뭐 할지 찾아보기도 너~무 귀찮고 
뭐 그래도 엄청 가까운 친구니까 이런 모습 보여줘도 괜찮으니 라면 파티!라고 좀 가볍게 이름을 바꾸자.
그리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술을 사놓고 기분 좋게 떠들기나 하지 뭐~ 

즉 A-SPICE 하려고 보니까 이거 참...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래도 우리랑 수없이 같이 일한 고객이고, 관계에도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으니, 
A-SPICE 심사는 다음 프로젝트에서 하도록 잘 이야기해보자.
그 대신에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만 먼저 이행하겠다고 합의를 만들어 보자. 이런 상황일 수 있다. 


7. 하, 아무래도 안되겠다 적당히 핑계 대고 다음으로 미루자.
아무리 생각해도 못 하겠다. 약속을 잡은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단 미루자. 
또는 친구들도 바빠서 잊은 듯싶으니 누가 물어볼 때까지 조용히 있다가 잊은 척 해볼까? 
사실 이런 친구는 매우 나쁜 친구다. 

즉 고객과 계약을 할 때는 A-SPICE도 같이 고려해서 할게~ 심사 받은 결과도 줄게~ 하고선
프로젝트 개발 사양만 구현하고 납품하는 것만 하고 고객이 아무리 말해도 못 들은 척~~ 외면하는 그런 상황일 것이다.



집들이 준비로 생각해 봤지만, A-SPICE 심사를 준비하는 것과도 유사한 부분이 꾀나 있다.
A-SPICE 심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1. 고객과 신뢰가 있는 건강한 관계
     2. A-SPICE에 대한 이해 : 일부를 직접 해봤거나, 심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거나
     3.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부/외부 전문가
     4. 필요한 재료(예를 들면 도구 등)를 구할 수 있는 돈
     5. 고객의 의도를 이해하고 전략적인 준비
     6. 요리를 해보려는 의지
     7. 등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적절히 갖추어진다면, A-SPICE 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지?"라는 질문 앞에는 한 구절이 숨어있다.
       "A-SPICE CL 2 또는 CL 3 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힘들이지 않고 더 빨리는 못하나요?"
       "
힘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는 없나요?"

나 또는 우리 팀이 기술이 부족하다면,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부족하다면, 
고객과 관계가 좋지 않다면, 
힘들이지 않고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있다고 해서 바로 대학 수학 문제를 풀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면 대학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효과적/효율적으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쉽고(=우리에게 맞고) 빠른 방법은 고민해볼 수는 있고, 가치가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몇 개월 만에 할 수 있다.' 또는 '심사 쉽게 받도록 도와드릴게요'라는 달콤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대의적 차원에서 보면 이것 또는 전략 중 하나 일 수는 있다. (앞에 놓인 급한 불을 진압하고, 이걸 교훈 삼아 차근히 준비해 나가자.)
즉 추월 차선을 통해서 요령 좋게 A-SPICE 심사는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커닝 페이퍼 또는 다양한 트릭을 사용해서 대학 수학 문제를 푼 것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은 많은 경우 (솔직히 거~의 모든 경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안타깝게도 단발성에 그치고
결국 프로젝트 팀 또는 조직의 문화를 더욱 부정적으로 바꾸는 것에 일조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다.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A-SPICE를 
요구하는 고객의 바람은
'양 사 간 합의한 제품의 품질 수준에 맞추어 최종적으로 납품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측/예상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일을 수행하고 있는, 그래서 
믿을 수 있는 회사와 일하고 싶은 것이다.



홈쇼핑 광고 문구와 같은 달콤한 말을 주의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고, 우리 팀 또는 조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무조건 쉽고 빠르게에 집중하기보다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우리에게 유의미하고 도움 되는 방향으로 A-SPICE를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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